<대구일보 종교인 칼럼 2007년 5월 8일> 범수스님 -선은 효도만한 것이 없고, 악은 불효만한 것이 없다.-

 오월하면 비록 음력이지만 ‘단오날’이 떠오른다. 이 날은 일 년 가운데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해서 큰 명절로 여겨 왔고, 지금도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행해지고 있다. 외국의 여러 축제 가운데도 오월제(五月祭 May Day)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계절을 세분한 절기(節氣)대신 기념일에 치중하는 것 같다. 달력을 보니 여름을 알리는 입하(立夏)보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날이 먼저 들어온다.
 달콤한 단팥빵에 하얀 우유가 기억나는 어린이날, 붉은 카네이션이 생각나는 어버이날, 목청껏 ‘스승의 은혜’를 부르던 스승의 날, 아름다운 연등이 떠오르는 부처님 오신날 등 여러 기념일이 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매일매일 ‘어린이날’이 아닌 날이 없으며, ‘어버이날’이 아닌 날이 없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그 의미를 잊고 지내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른다. 아무런 감동 없이 의무처럼 치러지는 듯한 기념일 행사를 보면 더욱더 그렇다. 본래의 의미를 되새기며 기념하기 보다는 그런 날이 있으니까 지내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한편 ‘어버이날’에 불렀던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 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라는 '어머니 마음'을 떠 올리면 누구든지 가슴이 찡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훈련병 시절 조교들이 일명 ‘눈물의 고개’를 힘들게 오르게 한 뒤 이 노래를 시키던 기억이 새롭다. 몸만 컸지 천지도 모르면서 부모 속을 썩였던 지난날을 뉘우치기라도 하듯 눈물과 콧물 그리고 땀에 범벅되어 악을 써가며 목이 터지라 부르던 노래, 그 노래의 참 모습이 불경인 <아속달경>에 잘 드러나 있다.
 ‘부모는 자식을 낳아 젖먹이고 씹어 먹여 기르고, 장성하고 나서는 천하 만물을 자식에게 보여 선악(善惡)을 알게 한다. 그러므로 자식이 한 어깨에 아버지를 업고 다른 어깨에 어머니를 업어 목숨이 다하고서야 그친다든가, 다시 보배로써 부모의 몸에 달아 드리든가 한대도, 부모의 은혜는 갚을 수 없을 것이다.
 부모가 살생(殺生)을 좋아하면 자식된 자는 말씀드려서 그치게 하며, 부모가 악한 마음이 있으면 늘 간청해서 선(善)을 생각하게 하며, 부모가 어리석고 지력(智力)이 둔해서 진리(佛法)를 모르면 순리를 일러 드리며, 부모가 탐욕이 많고 질투심이 있으면 유순하게 말씀드리며, 부모가 선악을 모르면 차례로 유화스럽게 간청 드릴 것이니, 자식된 자는 마땅히 이 같아야 하느니라. 그러나 자식이 의복을 부모보다 더 좋은 것을 입고자 한다든가, 음식을 부모보다 맛있는 것을 먹고자 한다든가, 말을 부모보다 높이고자 한다면, 이런 자는 죽어서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부모자식간의 도리를 한꺼번에 잘 아우르는 이 말씀이야 말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되새겨봐야 할 참된 내용이 아닐까 한다. 이상의 내용을 간단히 줄인다면 ‘선의 최상은 효도보다 큰 것이 없고, 악의 최악은 불효보다 큰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