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는 세상의 중심에 있다

[불교신문 2841호/ 8월22일]  기획연재: 산사에서 온 편지 - 마산 광산사 주지 범수스님

 장마를 대비해 지붕 단속을 잘해 놓고선 이런저런 단상과 함께 차를 마셨다. 그 가운데 한 토막을 장맛비처럼 두서없이 들려 드린다면 다음과 같다.
 일반인들이 쏟아내는 온갖 고민을 떠안고 또 의지처(歸依處)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산사(山寺)는 세상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리고 그들이 토로하는 번뇌를 들여다보면 ‘세간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듯이 출가하고 수행하는 것도 녹록치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니,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도 없다.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졌고 또 자신의 문제이기에 스스로 풀어 가는 것이 기본이다. 때론 ‘삼대가 적선(積善)을 해야 집안에 스님이 나온다.’는 말에 한껏 고무되어 자기가 엄청 난 복을 지은 마냥 착각하다 수용할 복종자(福種子) 하나 없는 것을 알게 될 때 ‘아라한이라도 복을 지어라’는 말로 그동안의 허물을 참회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돌이켜보며 다시 신심을 다잡을 때 그것을 초심이라 하든 말뚝신심(꾸준하지 않는 신심)이라 하든 어떤 식으로든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지혜와 복이 모자라서 그렇겠지만 원칙이나 기본을 내세우면 앞뒤가 꽉 막힌 사람으로 치부되고, 처세술에 따라 처신하면 신념을 저버린 것처럼 회자되는 것도 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 되었던 본인의 의지가 강할수록 번뇌도 정비례할 것 같다. 그래서 원칙이라는 기준에서 고민하며 “부처님의 행동원리는 무엇일까?”궁금해 하던 차에 ‘존중정법’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덕분에 속가 제자들로부터 “까도스”라는 별명을 얻지 않았나 싶다. 그 말은 ‘까칠한 도시의 스님’이라는 뜻으로 처음 들었을 당시 내심 싫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까칠함의 근원과 의미를 그들도 잘 알고 있고, 원칙이나 기본을 지키는 신념은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존중경>에 “부처님께서는 법을 공경해 바른 법을 의지하셨으니 바른 법을 공경하는 것이 부처님 법이다. (一切恭敬法 依正法而住 如是恭敬者 是則諸佛法)”고 하였다. 곧 정법을 존중하는 것이 부처님의 법이며 행동원리라는 것이다. 바꿔 말한다면 인기에 급급해서 변통(變通)을 부리거나 사적인 감정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정법을 존중하는 것이고 또 그것을 ‘존중정법’이라 부른다. 이렇게 ‘존중정법’에 대하여 장황스럽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개인이든 단체든 어떤 문제에 대하여 판단하고 선택해서 결정해야 할 때 분명한 기준의 틀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신념과 이해관계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곤란한 상황에서 ‘방편’이나 ‘시절인연’과 같은 말로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 시키고 싶은 마음도 일어날 것이다. 이럴 경우 장고(長考)하지 않을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어느 날 지인과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둘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서 무척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보냈다. “출가자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이 길에 서있는 자신을 볼 때 행복하고 스스로 자랑스럽습니다. 그렇기에 그 길에서 만나는 도반을 보면 마냥 좋습니다. 그러니 존중정법에 따라 묵묵히 자신의 원을 따라 한 걸음씩 내딛는 정진만이 돌아서서 후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의 말미에 개인적인 문제로 고민하다가 써 두었던 짧은 글을 하나 보태었다.
 “시기와 질투가 일어나는 것은 어리석어서 그런 것이라 여기렵니다. 가끔은 억울하고 화도 나지만 인연을 잘못 지어서 그런 것이라 여기렵니다. 때로는 후회나 원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복을 적게 지어서 그런 것이라고 여기렵니다. 처한 현실과 가야 할 곳이 화려하지 않고 주목 받지 못할지라도 뒤돌아보거나 주위를 기웃거리지 않으렵니다. 보여주고 평가 받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니기에 부족하고 힘들어도 지족하렵니다. 마땅히 해야 할 것이면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으렵니다.”